
건설공사 도중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하고 도급계약까지 해제됐다면 지체상금은 언제까지 발생할까. 실제 계약 해제일이나 후속 시공사의 공사 완료일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법원은 다른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계약을 해제할 수 있었던 시점과 대체 시공에 필요한 기간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2016년 12월 27일 선고 2015다231672, 231689 판결은 수급인의 공사 중단으로 도급계약이 해제된 경우 지체상금의 발생 기간을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를 다뤘다.
지체상금은 수급인이 약정된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했을 때 도급인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이다. 통상 계약금액에 일정한 지체상금률과 지체일수를 적용해 산정하며, 공사 지연으로 발생하는 손해에 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본다.
공사가 계속 진행되는 경우에는 약정 준공일과 실제 준공일 등을 기준으로 지체상금 기간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하고 계약이 해제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기존 수급인이 더 이상 공사를 수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체상금을 언제까지 부담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수급인이 약정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마치지 못하고 공사를 중단해 계약이 해제된 경우, 지체상금은 원칙적으로 약정 준공일 다음 날부터 발생한다고 봤다.
지체상금의 종료 시점에 대해서는 실제 계약 해제일을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도급인이 수급인의 공사 중단 등 해제사유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었던 때를 기준으로, 다른 업체에 잔여공사를 맡겼다면 완공할 수 있었던 시점까지 지체상금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실제 계약 해제일과 법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었던 시점을 구별하는 데 있다. 도급인이 이미 계약을 해제할 수 있었는데도 여러 사정으로 해제 통지를 늦췄다면, 그 기간을 모두 수급인의 지체상금 책임에 포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계약 해제권이 발생한 날 지체상금이 곧바로 종료되는 것도 아니다. 기존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한 뒤에는 새로운 시공사를 통해 잔여공사를 마치는 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대법원은 이러한 대체 시공에 필요한 기간까지 고려해 지체상금의 종료 시점을 정하도록 했다.
다만 예외가 있다.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도급인이 다른 업체에 공사를 맡겨 완공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 판단 기준이 달라진다.
기존 수급인이 현장을 인도하지 않거나 후속 시공을 방해하는 등 수급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대체 시공이 불가능했다면, 도급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었던 시점부터 잔여공사 기간을 계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도급인이 다른 업체에 공사를 맡겨 실제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던 때를 기준으로, 잔여공사를 완료할 수 있었던 시점까지 지체상금 기간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지체상금 분쟁에서는 계약 해제 통지일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약정 준공일과 실제 공사 중단 시점, 계약상 해제사유가 발생한 시점, 현장 인도 여부, 대체 시공 가능 시점, 잔여공사에 필요한 기간을 함께 살펴야 한다.
대체 시공 기간 역시 단순히 공정률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 남은 공사의 종류와 물량, 공종별 작업 순서, 기존 시공 부분의 보수 필요성, 자재 수급과 현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공사 중단 당시의 공정표와 작업일보, 감리보고서, 현장사진, 공사 재개 요청서, 계약 해제 관련 문서 등이 중요한 자료가 된다. 후속 시공사의 견적서와 공정계획서 역시 대체 시공에 필요한 기간을 확인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지체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계약금액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설계변경이나 추가공사로 계약금액이 조정됐다면 지체상금 조항과 변경계약의 내용을 검토해야 한다. 지체상금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 2015다231672, 231689 판결은 공사 중단으로 계약이 해제된 경우 지체상금의 종료 시점을 실제 해제일이나 실제 완공일만으로 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칙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었던 때를 기준으로 대체 시공에 필요한 기간을 산정하되,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대체 시공이 불가능했다면 실제 대체 시공을 시작할 수 있었던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판결의 핵심이다.
도움말 : 법무법인(유한) 성지 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