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성폭력, 연인 사이에도 ‘동의’가 핵심 쟁점
연인 관계에서 발생한 성적 행위는 일반적인 성범죄와 달리 당사자 간의 관계와 구체적인 당시 상황이 함께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연인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의 동의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데이트성폭력 사건에서는 구체적인 행위 당시 상대방의 의사가 어떠했는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등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술을 마신 뒤 성적 행위가 발생한 경우에는 피해자가 당시 정상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거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단순히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당시의 의식 및 판단능력의 정도와 행위 전후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또한 데이트성폭력은 신체적 행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연인 관계에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 등을 이용해 상대방을 통제하거나 유포를 암시하는 행위 역시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촬영 당시 동의가 있었더라도 이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물을 반포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촬영물을 실제로 유포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빌미로 상대방을 협박하거나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경우에도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 대법원은 2024년 판결에서 실제 촬영•제작된 촬영물을 이용해 유포 가능성 등을 고지하고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알린 경우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등이용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사건이 발생했다면 당사자 사이의 메시지와 통화 내용, 만남 전후의 대화,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가능한 범위에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상대방과 감정적으로 대화를 이어가거나 증거를 삭제하는 행동은 이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결국 데이트성폭력 사건에서는 ‘연인 사이였다는 사실’ 자체보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떤 의사표시가 있었고 상대방이 이를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음주 여부나 촬영물 이용 등 추가적인 사정이 있다면 적용되는 법률과 쟁점이 달라질 수 있어 사건 초기부터 사실관계를 세밀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유한) 성지 파트너스 김의택 대표변호사는 “데이트성폭력 사건에서는 당사자가 연인 관계였다는 사정만으로 성적 행위에 대한 포괄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구체적인 행위 당시의 의사와 상황, 전후 대화 및 객관적인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변호사
RELA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