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도에 따른 위자료 청구를 둘러싼 법적 판단에서 ‘3년’이라는 시간 기준은 오랫동안 사실상 절대적인 선으로 작동해 왔다.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알게 된 시점부터 3년이 지나면 더 이상 상간자를 상대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소멸시효 조항이 그 근거였다.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이라는 문구는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실제 재판에서도 외도 사실과 상간자의 존재를 인지한 시점을 기준으로 시효를 계산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적용돼 왔다. 혼인 관계에서 발생한 갈등을 장기간 방치하지 않고 조기에 정리하도록 유도하려는 입법 취지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현실의 혼인 관계는 법 조문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부부가 곧바로 이혼에 이르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관계 회복을 시도하거나, 자녀 문제나 경제적 사정 등으로 인해 갈등이 장기간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외도라는 단일 사건은 시간이 흐르며 관계 전반의 균열로 확장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효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외도 사실을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상간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결과가 반복돼 왔다. 피해자가 실제로 겪은 혼인 파탄의 과정과 그에 따른 정신적 손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 배경이다.
대법원은 2026년 1월 29일 선고한 2025므10716 판결에서 이러한 기존의 일률적 접근에 제동을 걸었다. 사건의 경과는 비교적 단순했다. 원고는 2017년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이후 갈등을 이어오다 2022년에 이르러 이혼과 함께 상간자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도중 배우자와의 이혼은 조정으로 성립됐다.
원심은 외도 인지 시점으로부터 이미 3년이 경과했다는 점을 들어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기존 판례와 실무의 흐름을 그대로 따른 결론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해당 청구를 단순히 과거의 외도 행위 자체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 한정할 수 없다고 봤다. 부정행위가 혼인 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지고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된 경우, 그 결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는 별도의 법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부정행위와 혼인 파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경우, 이혼으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이혼이 성립된 시점에서 새롭게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해당 청구권의 소멸시효 역시 이혼 시점을 기준으로 기산해야 한다고 봤다.
이 판결은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하나의 단일한 권리로 보지 않고, 그 성격에 따라 구분해 판단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외도 행위 자체로 인한 손해와, 그 행위가 혼인 파탄으로 이어지면서 발생한 손해는 발생 시점과 법적 의미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외도를 안 날로부터 3년’이라는 단순한 공식은 더 이상 모든 사안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게 됐다. 청구의 내용이 무엇인지, 손해가 언제 발생했는지, 부정행위와 이혼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에 따라 시효의 기산점이 달라질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해 권리 행사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해 온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인터넷 등을 통해 확산된 단순한 기준이 실제 법적 판단과 괴리를 보였던 셈이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간극을 드러내면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격과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로 기록됐다.
손해배상 소송은 단순히 기간을 계산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청구의 원인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손해의 범위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에 따라 동일한 사실관계에서도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판결은 그 판단 구조를 보다 분명히 드러낸 사례로 남게 됐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장예준 파트너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