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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최승준 변호사의 건설법률 상식-12] 물가상승·자재비 급등 시 도급액 조정 가능 여부
- 국토일보
- 2026-02-04
|최승준 성지파트너스 대표변호사

물가상승·자재비 급등 상황에서 당초 약정된 도급액(공사대금)을 조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단순히 ‘민법상 도급은 확정가 계약이다’라는 원칙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공공공사인지 민간공사인지, 계약서에 물가변동 조항이나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있는지, 그리고 건설산업기본법·하도급법 등 강행규정의 적용을 받는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진다.
민법상 도급계약은 통상 결과물에 대한 일괄 대가를 정하는 방식이므로 일반적인 범위의 원가상승·물가변동은 수급인이 부담할 위험으로 보게 된다. 그러나 장기 공사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의 자재·인건비 폭등까지 전적으로 수급인이 감수하게 하는 것이 공평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판례도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 변경으로 계약 유지를 강요하는 것이 현저히 공평에 반하는 경우에는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계약내용 조정이나 해제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바,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충적 수단이므로 우선 계약에서 위험을 어떻게 배분했는지가 중시된다.
공공공사의 경우 국가계약법 체계가 물가변동을 전제로 한 계약금액 조정 제도를 두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시행규칙, 공사계약 일반조건 등은 일정 기간 경과 후 물가변동률이 기준(예컨대 ±3% 이상)을 초과하면 계약상대자가 증액 또는 감액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때 통계청 등의 물가지수를 기초로 지수조정 방식(전체 공사비 일괄 조정)이나 품목조정 방식(특정 자재 단가 조정)으로 계약금액을 산정한다.
따라서 공공공사에서는 ‘조정이 가능한가’ 보다는 ‘요건을 충족했는가, 어느 범위까지 조정되는가, 기간·절차를 지켰는가’가 실무 쟁점이 된다.
반면 민간공사에서는 일률적인 법 규정이 없으므로 국토교통부 표준도급계약서 수용 여부, 그 안의 물가변동 조항(변동률, 기간, 조정 방식, 신청절차)이 있는지, 또는 발주자가 이를 삭제·약화시켰는지 등이 도급액 조정 가능성을 좌우한다.
최근 분쟁의 중심에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있다. ‘물가상승 등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을 청구하지 않는다’, ‘물가변동을 이유로 한 계약금액 조정은 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물가변동 위험을 전적으로 수급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조항이다.
발주자는 예산 확정의 이익을, 수급인은 낮은 도급액으로 수주 경쟁력을 얻는 이익을 명분으로 삼지만, 예측 불가능한 자재·인건비 폭등 상황에서는 수급인에게 과도하고 일방적인 위험을 부과한다는 비판이 강하다.
대법원은 공공계약을 대상으로 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조차, 물가·환율 변동 위험을 약정으로 배분할 수는 있으나 일방에게 예측하기 어려운 과도한 위험을 떠넘겨 공정을 해치면 강행규정이나 공평의 원칙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고, 이 논리는 민간건설 분야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2024년 민간공사 사건에서 대법원은 교회 신축공사 도급계약에 포함된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이 보장하는 수급인의 적정 이윤을 사실상 박탈하는 부당특약이라고 보아 무효로 평가했고, 그 결과 자재비 폭등분을 반영한 공사비 증액의 길을 열어 준 바 있다.
다만 위 판결이 곧바로 모든 물가변동 관련 특약의 무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건설산업기본법 등 강행규정의 취지, 물가상승의 예측가능성과 폭, 특약이 수급인의 이윤을 얼마나 잠식하는지, 당사자의 교섭력과 체결 경위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면적 배제가 아닌 일정 범위 내 제한이나 상·하한 설정을 통한 위험 분산형 특약은 여전히 유효할 수 있고, 그 경우 도급액 조정 역시 해당 한도 안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
특히 하도급 단계에서는 하도급법 제3조의4와 건설산업기본법이 추가적인 보호 장치로 작용한다. 원사업자가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하도급계약에 일방적으로 전가해 예측 불가능한 물가폭등 위험을 하도급사에게만 부담시키는 경우, 이는 수급사업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특약으로서 행정 제재와 민사상 무효가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중소 하도급사는 ‘계약서에 조정 불가라고 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물가상승분에 대한 도급액 조정 가능성을 포기할 필요는 없고, 강행규정 위반 여부를 적극적으로 다투어 볼 실익이 있다.
실무에서 물가상승·자재비 급등을 이유로 도급액 조정을 주장하려면, 첫째 공사가 공공·민간·하도급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둘째 계약서에 물가변동 조항 또는 배제특약이 있는지, 셋째 물가·자재비 변동 정도와 예측 가능성이 어떠한지, 넷째 공공계약인 경우 신청기간·증빙요건을 지켰는지를 체계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발주자는 물가변동 리스크를 전면 배제하는 방식보다는 일정 기준 이상 변동 시 조정하고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이다.
시공사·하도급사는 계약 단계에서부터 물가변동 조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미 체결된 계약에서는 객관 자료를 바탕으로 계약 및 강행규정을 근거로 조정을 요구해야 한다. 종국적으로는 ‘계약서 내용·물가변동의 정도·체결 경위·당사자의 교섭력’을 축으로 위험이 누구에게 배분됐는지를 따져 본 뒤, 해당 사안에 맞는 도급액 조정 또는 손해분담 주장을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사원문 : https://www.ikld.kr/news/articleView.html?idxno=328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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