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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최승준 변호사의 건설법률 상식-10] 건설분쟁, 소송보다 ‘사전 자문’이 중요하다
- 국토일보
- 2026-02-02
|최승준 성지파트너스 대표변호사

건설 현장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는 복합적인 거래의 장이다. 공사를 수주한 원도급사, 각종 공정을 담당하는 하도급사, 설계사무소, 감리, 발주처까지 한 현장 안에서 계약의 사슬로 연결돼 있다.
각자의 이해와 책임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만큼, 사소한 오해나 관리 미비가 큰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일은 흔하다. 문제는 대부분의 건설분쟁이 ‘예견 가능했던’ 사안에서 촉발된다는 점이다. 즉, 사전에 전문적인 법률자문만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들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건설사업자들은 여전히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변호사를 찾는다.
하지만 건설분쟁은 단순히 계약서 한 줄, 공정표의 한 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미 분쟁이 현실화된 뒤에는 기술 검토, 현장사실 조사, 감정절차 등 복잡한 절차가 수반되며, 그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건설분쟁에서는 ‘사후대응’보다 ‘사전자문’이 훨씬 더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다.
건설계약 특성상 하나의 공사가 진행되는 기간은 길고, 공정마다 설계변경이나 추가공사, 공기연장 등의 변수가 수없이 발생한다. 이러한 변경사항을 제대로 문서화하지 않고 구두로만 협의하거나, 통상적인 현장 관행에 의존하다 보면 향후 대금 다툼의 씨앗이 된다.
예컨대 하도급자가 추가공사를 시행했지만 ‘발주자의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서면으로 남기지 않은 경우, 사후적으로 그 대가를 인정받기 어렵다. 나중에 “그건 그냥 서비스로 해준 것 아니냐”는 식의 주장이 제기되면, 객관적 증거 없이 그것을 뒤집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사전 자문’의 가장 큰 효용이 드러난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공사계약서나 변경계약서를 검토하고, 추가공사에 대한 사전통보 절차나 서면확인 방식 등을 명확히 해두면, 나중에 불필요한 논쟁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다.
또 다른 전형적인 사례는 공기지연과 계약금 몰취 문제다. 건설공사는 예기치 못한 변수, 예를 들어 ‘설계 지연, 인허가 지연, 예상치 못한 지질 조건’으로 인해 일정이 지연되기 쉽다. 그러나 계약서의 지연손해금 조항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지연사유에 대한 귀책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나중에 법정에서 큰 쟁점이 된다.
특히 하도급관계에서는 원도급사의 지연이 전체 공사에 영향을 미쳐 하도급자도 불이익을 입는 경우가 잦지만, 계약상 그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로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는 사건이 터진 뒤 대응하기보다, 계약 체결 전 단계에서 리스크를 분석하고, 합리적인 조항으로 수정·보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건설전문 변호사의 사전자문은 이러한 리스크의 존재를 조기에 드러내고, 적절한 책임범위를 설계하는 ‘법적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건설분쟁은 단순한 민사분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장 상황과 공사기술, 계약관계, 행정규제까지 종합적으로 얽혀 있다. 따라서 단순히 계약 문구만으로 법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실제 소송에서도 감정 절차를 거쳐 공사량, 하자 원인, 공기지연 사유를 검증하며, 그 과정이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공사 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쟁점을 미리 예측하고 ‘법률적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공사 진행 단계를 기준으로 자문 체계를 정기화하는 것이다. 착공 전에는 계약 검토와 리스크 분석, 공사 중에는 변경계약 관리와 하자 예방 체크, 준공 후에는 대금정산 및 보증 관련 검토 등 단계별 법률관리를 체계화하면, 분쟁 발생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많은 건설사가 ‘법무팀이 없어서 어렵다’고 말하지만, 외부 로펌이나 변호사를 상시 자문 형태로 두는 방식이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또한, 사전 자문은 단순히 법적 리스크를 예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운영의 효율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법률문제를 사전에 점검하는 문화 자체가 리스크 관리의 수준을 바꾼다.
예컨대 하도급법 위반, 근로자 임금체불, 산업안전의무 불이행은 형사책임으로 비화될 수 있는 영역인데, 사전 점검만으로도 형사 리스크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발주처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법률적으로 정돈된 관리체계’를 갖춘 업체는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결국 ‘법률자문’은 단순히 분쟁을 피하는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 그 자체로 작용한다.
한편 분쟁이 이미 발생했더라도, 사전에 법률적인 기록관리 체계가 정립돼 있다면 대응의 수준이 달라진다. 현장회의록, 이메일, 공문, 사진기록 등이 체계적으로 보존되면, 소송에서도 사실관계를 증명하기 쉬워진다.
반대로, 이런 자료를 제때 남기지 않은 경우에는 설령 실제로 공사가 지연되지 않았더라도, ‘책임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할 길이 막힌다. 법률자문은 이런 문서관리의 습관을 초기에 정착시키는 출발점이 된다. 즉, 사전 자문은 단순한 법률해석이 아니라, 시스템 구축의 개념에 가깝다.
사전 자문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예로, 대법원 판례 중 하나를 떠올릴 수 있다. 한 건설사가 발주처의 지연으로 공기를 연장했으나, 별도 계약서에 이를 반영하지 않고 공사를 계속한 결과, 나중에 지연손해금이 부과된 사건이었다. 법원은 계약서상 조항이 명시적으로 수정되지 않은 이상, 구두나 관행으로는 공사기간이 연장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례는 현장에서 ‘말로 합의되었다’는 주장이 얼마나 쉽게 무력화되는지를 보여준다.
만약 당시 변호사 자문을 받아 계약서 문구를 정리했다면, 억 단위의 손실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상 사전 자문은 비용이 아니라 ‘보험료’의 성격을 갖는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그 비용이 아까운 듯 보이지만, 사고가 터졌을 때 그 가치가 드러난다.
소송의 현실적인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건설소송은 감정비용, 자료분석, 변론기일 등으로 인해 장기간이 소요된다. 중소건설사의 경우 소송이 길어지는 동안 현금흐름이 막히고, 경영상 타격을 입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시간과 비용뿐 아니라, 심리적 소모도 크다. 법정에서 이기더라도 상대방이 지급능력이 없거나, 판결집행에 시간이 걸리면 실질적 이익은 크지 않다.
결국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 훨씬 합리적인 셈이다. 법률자문을 받는다고 해서 모든 변수를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분쟁의 ‘가능성과 강도’를 줄이는 효과는 확실하다.
최근에는 건설업계 전반에서 ‘리스크 매니지먼트’ 개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ESG 경영, 공정거래 준수, 부패방지 시스템 등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법률자문은 더 이상 단발성 대응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영의 일부’로 인식된다.
특히 공공공사나 대형 민간사업에서는 법률검토를 필수 절차로 두는 발주처가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전 자문의 중요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흐름이다. 과거에는 ‘문제가 생기면 변호사를 찾는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앞으로는 ‘문제가 생기지 않게 사전에 점검한다’는 접근이 건설업에서의 표준이 돼야 한다.
결국 건설분쟁의 본질은 ‘정보의 불균형’과 ‘책임의 불명확성’에서 비롯된다. 법률전문가의 사전자문은 이 두 가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계약의 모호함을 제거하고, 문서와 절차를 통해 증거를 축적함으로써, 미래의 분쟁 가능성을 현저히 줄인다. 나아가 법률자문은 단순히 법을 해석해주는 행위를 넘어, 사업의 구조적 리스크를 진단하고, 거래의 안정성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건설업과 같이 복합적인 산업에서는 이러한 법적 설계가 곧 ‘경영전략’이라 할 수 있다.
기사원문 : https://www.ikld.kr/news/articleView.html?idxno=328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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