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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계약이행보증보험 분쟁, 보험사고와 계약해제는 어떻게 구별되나
- 내외경제TV
- 2026-06-01
사진 :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대표변호사
계약이행보증보험에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단순히 보험사고 발생 시점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약관이 보험금 청구에 앞서 계약 해제와 같은 절차를 요구하는 경우, 해당 절차를 언제 완료했거나 완료할 수 있었는지가 시효 기산점 판단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대법원은 2013다27978 판결을 통해 이러한 법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사건은 실내공사 도급계약과 연계된 계약이행보증보험에서 발생했다. 발주자는 수급인에게 계약이행보증보험 가입을 요구했고, 수급인은 보험사와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약관에는 수급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또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2년이며, 보험금을 청구할 때에는 발주자가 주계약을 해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다만 계약 해제는 반드시 보험기간 내에 이뤄질 필요는 없도록 규정했다.
공사의 약정 준공기한은 2008년 12월 5일이었다. 그러나 수급인은 기한 내 공사를 완료하지 못했고 이후 건설면허를 반납하는 등 사실상 공사를 중단했다. 발주자는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 사이 여러 차례 내용증명을 통해 공사 지연과 현장 방치를 지적하며 공사 포기 의사를 확인했다.
이후 계약 해제 의사를 담은 통지를 발송했으나 송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계약 해제가 명확하게 인정된 시점은 2012년 1월 3일 소장 부본 송달 시점이었다. 발주자는 그보다 앞선 2011년 11월 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사가 이를 거절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보험사고의 발생 시점과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산점이었다. 발주자 측은 계약 해제가 이뤄진 시점을 기준으로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험사는 이미 시효가 완성됐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먼저 보험사고의 의미를 해석했다. 판결은 계약이행보증보험에서 보험사고가 무엇인지는 약관 내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해당 약관은 수급인의 정당한 이유 없는 계약 불이행을 보험사고로 규정하고 있었고, 계약 해제는 보험금 청구를 위한 별도의 절차적 요건으로 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보험사고를 공사도급계약의 해제가 아니라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으로 보았다. 약정 준공기한 내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고 사실상 공사가 중단된 이상 보험기간 중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다음으로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대해 판단했다. 대법원은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 발생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약관이 계약 해제와 같은 선행 절차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마쳐야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절차가 완료된 시점 또는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절차가 지연된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효가 진행된다고 보았다.
판결은 발주자가 이미 2008년 말부터 공사 목적 달성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여러 차례 통지한 사실에 주목했다. 그럼에도 계약 해제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장기간 방치한 것은 발주자 측 책임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늦어도 2009년 11월 20일경까지는 계약 해제가 가능했다고 보았고, 이를 상당한 기간의 한계로 평가했다. 따라서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 시점을 기준으로 진행됐으며, 발주자가 보험금을 청구한 2011년 11월에는 이미 2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시했다.
해당 판결은 계약이행보증보험에서 보험사고와 계약 해제를 명확히 구분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약관상 계약 해제가 보험사고가 아니라 보험금 청구를 위한 요건에 불과한 경우에는 해제 시점을 기준으로 보험사고 발생 시기를 늦출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보험금청구권 행사에 필요한 절차가 존재하더라도 채권자가 이를 장기간 지연할 경우 그 위험은 채권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도 확인했다. 권리 행사에 필요한 준비 기간은 인정되지만, 상당한 기간을 넘어선 지연까지 보호받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실무적으로는 발주자가 수급인의 중대한 채무불이행을 인식한 경우 계약 해제 여부와 보증보험금 청구 절차를 신속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보험자 입장에서도 보험사고 발생 시점과 계약 해제 시점, 그리고 절차 지연의 경위를 별도로 검토해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판결로 평가된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최승준 변호사
기사원문 : https://www.nbntv.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2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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